정부에서 벼 농사를 짓지 않으면 농사를 포기한 만큼 보상금을 지급해 주니 아랫지방의 그 넓은 평야지대에 벼농사를 짓는 대신에 감자, 콩, 고구마, 마늘... 이렇게 심고 농사하니 그 여파가 산간지역에서 그런 것들을 근근하게 농사하던 우리에게 직격탄이 되었습니다.

우리 보다 아랫지방이니 같은 농산물을 우리 보다 먼저 출하를 하게 되니까 이미 도시의 소비자들이 다 구매한 후에야 우리 산간지방의 감자나 고구마 등이  뒷북치며 나옵니다.

그래도 일교격차가 큰 산간지방에서 나온 감자와 마늘 등의 농산물이 작지만 더 맛있고 더 윤기가 나고 더 저장성이 높다는 것을 아시는 분들은 끝까지 기다려 주었다가 우리 것을 구매해 주시는데 신세대 주부이신 분들이야 어디 그렇습니까?

그러니 우리가 크게 기대하는 것은 우리 괴산군의 특산물인 대학찰옥수수와 절임배추뿐인데...

엎친데 덮친다더니 글쎄 이 번에는 태풍 뒤에 숨돌릴 시간도 주지 않고 장마가 몰아 닥쳤습니다.

대학찰 옥수수와 절임배추에 참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그만 이렇게 허탈하게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물론 생명을 잃고 가족을 잃은 수재지역에 비하면 다행이지만 그래도 허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모두들 희망을 갖자고 모여서 기도도 하고 으쌰~ 으쌰~ .. 사흘이 지났습니다.

이제 마을의 농가들을 한 바퀴 돌아 형편을 살피려고 심방을 나섰습니다.

아침에 행복한 농장에 들러서 화양농장으로,  저녁에는 택배배송 상황파악하기 위해 우체국으로 갑니다.

그리고 이 번 장마 중에 빗길에 크게 교통사고를 당한 할머님의 병실을 찾아 심방을 하고 저녁을 먹으니 늦은 밤 10시 10분....

이제 잠을 자야하나 싶지만 아직 농업인들의 하루는 끝난 게 절대로 아닙니다.

밤이면 노루, 고라니, 멧돼지가 밭으로 내려와 고구마 감자 캐 먹고 옥수수 부러뜨려 익은 놈만 골라 까먹고 온 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아예 밭에서 텐트를 치고 라듸오를 크게 틀어 놓고 주무시기도 하지만 보란 듯이 10M 근처까지 와서 헤집어 놓습니다.

경운기를 밤새 틀어 놓고 깡통을 흔들고 카바이트 공포탄을 쏘고 ...

역시 그래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서 이렇게 밤마다 산으로 가서 불을 피우고 난리법석을 떨어야 합니다.

그렇게 새벽까지 전쟁같이 지나야 하루 일과가 끝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