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이 농한기 철이라고 항상 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절임배추 때문에 미뤘던 콩가림을 마을의 할머님들이 여럿 모여 앉아서 술술 가리기합니다.
그런 중에 숭늉내듯 밥그릇에 타서 내시는 커피도 참 별맛입니다.

우리 농부마을의 콩을 받으시면 어째 이리 깨끗할까 하셨지요?
이렇게 할머님들이 비닐하우스에서 둘러 앉아 두런두런 정담어린 옛이야기랑 함께 퍼 담으며
요리조리 티겁지를 골라내기 때문이지요.
썩은 콩 골라내고 타작할 때 몰래 묻어 따라 온 벌레도 잡아내고 ....
(콩을 가리다보면  죽은 벌레, 만지면 아직도 물컹한 벌레가 참 많습니다.)

그런 중에 이야기가 돌고 돌아서  손자들 자랑이 시작될라치면
모두 자기 손주 자랑에 바빠서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둘러 앉은 모든 할머님들이 동시에 손주 자랑에만 여념없이 바쁘십니다.

젊은 분들은 모두 도회지로 나가고 연세 지긋한 할머님들만 남았습니다.
그래도 모여 일하시는 모습을 뵈면 젊은 장정 열 사람은 당당히 해내실 듯합니다.

오늘은 속이 파란쥐눈이 약콩, 검정깨, 서리태와 백태를 손질하셨습니다.
벌써 지난 번 손질한 서리태랑 검정깨가 바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