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 한떼기가 누렇게 익은 보리로 가득해서 산들바람에도 서걱서걱 소리내며 흔들리던 익은보리를 보신 적이 얼마나 오래 되었나요?

아마도 이 그림을 보고 계시노라면---

동네 어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도중에

따가운 햇볕에 끈적거리는 땀을-- 꼬질꼬질한 손등과 소매로 훔쳐내며

약간 배고픔에 짜증도 나는 기분으로 터덜터덜 걸어 집에 오는 그 길에,

후끈한 바람을 얼굴로 불어주던 그 때 그 보리밭 생각이 나실듯 한데...

어때요? 기억이 나시나요?

오랜 기억 한켠에 방치되었던 어린 시절의 오롯이 슬픔인듯 그리움인듯....

그렇게 흘러갔던 어린시절 아직 기억이 나시나요?

집에오면 엄마아빠는  누에치느라 정신없이 바쁘시니 뽕밭으로 가셨는지 모내기 가셨는지

작달막했던 초가집에는 아무도 없고,

기우뚱 찌그러져서 닫으나 마나 항상 열려있는 사립문 밖,

삽작거리를 한참동안 멀거니 내다보다가

아무렇게나 책보자기 휙하니 짜증섞어 던져 놓고

뻠뿌질 덜그럭거리며 퍼올린 샘물(펌프를 그렇게 불렀음)

한 바가지 벌컥거리며 마시고 툇마루에 누워

간간이 풀매미 소리 듣다가

모르는 사이 잠이들던 어린 시절...

어때요? 이젠.... 기억이 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