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제대로 된 것을 얻으려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합디다   다른 일이야 잘 모르겠습디다만 사람이 더불어서 사는 일은 얼마간 침묵하며 묵묵히 기다려야만 맛도 향도 더 짙어지는 법입디다.   처음 농촌에 왔을 때, 살구나무에 열린 살구가 진황색으로 다 익었기에 성급하게 딴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살구 맛은 시고 기대한 맛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저 나무의 살구 맛은 원래부터 별 볼일 없으려니 하고 몇 년을 지냈습니다.   몇 해가 지나고 맛좋은 살구를 아내가 한 접시 내어 왔는데 그 살구가 맛이 없는 살구나무의 살구라는 것을 알고 과일이란 게 다 익었어도 맛있게 과숙이 되는 데는 또 다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겉보기에는 익은 듯하나 [과숙이 덜됨]이 세상에 넘쳐납디다. 아예 세상일 다반사가 다 그렇습디다. 시장에서 희소가치를 가지기 위해 남들보다 일찍 시장에 내려면 아직 덜 과숙된 과일을 성급히 따서 시장에 내니 시장에 낸 과실이란 게 과숙이 덜 된 것이 태반이듯   요즘 세상살이는 과숙되기를 기다릴 여유가 없습디다. 감자도 고구마도 복숭아도 토마토도 과숙이야 알 바 없고 겉보기에 크기만 적당하면 성급하게 따서 냅디다. 그러니 세상에 맛이 제대로인 것이 하나도 없는 법입니다.   조금 늦더라도, 조금 기다리더라도, 제대로 숙성되고 과숙된 것이 맛이 있듯 살아가는 일도 이처럼 넉넉하게 숙성되고 여유 있게 익어간다면, 세상천지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하늘과 땅이 어그러짐 없이 편안히 어우러져 있듯, 인생 중의 모든 일들도 깊은 맛과 그윽한 향이 베는 법입디다. 2008년 6월 21일 살구 한 접시 앞에 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