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살부리지 마세요, 삶은 소중한 거예요.....
[내가 다섯 살이 되면]중에서


나오미가 처음 응급실에 실려 왔을 때,
그 아이는  겨우 네 살이었습니다.
뇌 깊숙히 종양이 자라고 있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뇌출혈을 일으켜
혼수상태로 병원에 실려 온 것입니다.
25년 전인 당시의 소아신경외과는
아주 열악한 상황이었습니다.
어떤 수술방법도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오미는 너무나 심각한 상태여서
모슨 조치든 빨리 취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었죠.
결국 우리는 우선 응급처치로 뇌압을 낮추는 수술부터 하고
나오미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면 종양을 제거하는 두번째 수술을 하기로 했습니다.


첫번째 수술은 성공해 나오미는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머리엔 붕대가 칭칭 감겨있어 무척이나 딱해 보였지만 눈동자에는 생기가 넘쳤고
표정도 당차고 명랑했습니다.
어른 환자에게서는 찾아 보기 힘든 모습이었죠.
혼수에서 깨어난 나오미는 힘겹게 목을 가누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다섯 살이 되면, 두 발 자전거를 타는 법을 배울 거예요."
용태를 관찰하기 위해 매일 병상에 들릴 때면 이 꼬마 숙녀는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개구쟁이 같은 귀여운 표정으로 매일 나에게 새로운 계획을 알려 주었습니다.
월요일에는 "내가 다섯 살이 되면, 틱택토게임에서 오빠를 이길거예요"
화요일에는 "내가 다섯 살이 되면, 운동화 끈을 두 겹으로 묶는 법을 배울 거예요"
........

나는 나오미가 나에게 자기가 다섯 살까지 살 수 있느냐고
물어보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나오미의 머릿속에 있는 종양은 기적을 빌어도 모자랄 정도로 절망적이었습니다.
그런 나오미는 다섯 살이 되면 하고 싶은 일들을 날마다 바꾸어 가면 얘기해 주었습니다.
나는 이 네살배기 꼬마에게서 진정한 용기와 소망을 배웠습니다.
혼수에서 깨어났다고 해도 다섯 살이 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만약]이었습니다.
나오미 역시 [그 때]가 오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섯살]이 된다는 사실에 더욱 집착했는지도 모르지요.
다섯 살이 되면 뭘 할지 매일 눈을 반짝거리며 고민하는 모습이 얼마나 안타깝고도 예뻐보이던지요.
긍정적은 다짐과 희망적인 결심이 인생을 살아 가는데
얼마나 소중한 자산이 되는지 나오미는 내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인생의 다음 단계를 기대와 낙관으로 맞이하겠다는 결심,
보다 강인한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