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씨 할머님네가 도회지로 이사를 가셨습니다.

팔순이 넘도록 고향이 좋고 농촌이 좋아서

자제분들이 살고 있는 도시로 가시기를 꺼리시더니,

이제는 너무 연로하셔서 읍내에 있는 병원은

늙은 몸 꿈적거리기로는 천리 만리 먼데다가,

스스로 당신의 몸을 돌보기 조차 어려워지니

할 수 없이 아쉬움을 한 짐지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손, 자녀들이 살고 계시는 도회지로 가셨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직 고향의 산들내에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셔서

농가는 팔지 않고 두고 가셨습니다.

'자주 와서 있고 싶다'는 이룰 수 없는 소망을 문패처럼 걸어 놓으신 채....



그러고 보니 꼭대기 할머니도 같은 과정을 밟으며 인천으로 떠나셨고

꼬부랑 할머니도, 염소집 할머니도 똑같은 모습을 한 채 떠나셨습니다.

손씨 할머니를 떠나 보내며 아침부터 짐을 싸고 싣는 일을 돕던 한 분이 말씀합니다.

' 아따 뭘 그리 불쌍허게 생각허는 겨? 곧장 우리 신세가 저리 될 것인디 말여..."

그 말끝을 흐리는 목소리 속에 섞인 설움이 채 주위로 희석되기도 전에

또 한분이 내뱉듯 말씀하십니다.

"난 그래도 감옥같은 도시로는 안 가. 답답해서 난 못 살어,

어디 그게 집이여? 내 큰 애덜 집에 가서 보니 무슨 집이 꼭 닭장같더만 그려......."

평생을 한적한 농촌에서 자유롭게 사시다가

삭막한 콘크리트 절벽이 사방을 에워싸고 자동차는 정신 없이 휙휙 지나가는데

자신만 우두커니 서서 할 일 없는 이방인이 되어야 하는 도시에

적응하지 못할 자신들의 미래가 노인분들은 매우 두려운 모양입니다.



서로의 안녕을 빌어 주며 맞잡고 흔들던 두 손의 체온이

아직도 서운한 이별의 심정에 다 녹아들지 않고

불안한 앙금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한 분 한 분 떠나실 때 마다 가슴에 품고 기도하던 단어,

오늘 떠나가는 손씨 할머님을 보며 다시 꿈꾸는 언어로 중얼거립니다.

'교회가 부흥되고 부농회 활동이 활발해지면

교회 땅에 작은 원룸을 많이 짓고

우리 동네 노인분들을 도시로 보내지 말아야지.......

떠나 보내지 말아야지........

함께 살아야지........'




그렇습니다.

양로원이나 사회복지시설은 수용소처럼 느끼시는지 모두들 싫어하십니다.

그리고 도시의 자제 분들에게 가자니 적응할 수 없는 도시가 부담이 됩니다.

그러니 우리 동네에서 고향 사람들 끼리 모여 살면서

교회 차가 읍내를 왔다갔다 발품이 되어 드리고

보건소에서 자주 들러만 주신다면

수용시설처럼 부담도 안 되고

평생을 함께 살아 온 우리끼리 모여 사니

외롭지도 않으실테고.....

교회 뒷편에 자그마하니 사택하나 짓고

여러 채의 원룸을 지어 등록비로 필요 없고

입주비도 필요 없고

내꺼 네꺼 따질 것 없고

울타리도 필요 없이

다함께 살다가

편안히 여생을 고향에서 마치게 해 드릴 수 있다면....

그것이 이곳에 부임해 온 후부터

꿈꿔 오는 또 하나의 간절한 기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