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입은 그대에게

                   심농 김경준

한 그루의 나무 중에서 가장 향기로운 부분은 어디이겠습니까?

당연히 하늘과 태양을 향해 가지런히 내민 잎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향기가 짙은 곳은 두터운 나이테로 형성된 나무의 속심입니다.

그래서 집안 가득 나무 향을 채울 수 있는 나무의 속심을 재료로 목공예를 합니다.

그런데 잎사귀보다 더 향기가 짙으면서 나무의 속심보다 더 오랫동안 썩지 않고 향기와 윤기를 가진 보석 같은 부분이 나무에도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그것은 옹이입니다.

물론 이렇게 귀한 부분이 모든 나무마다 다 있는 것은 아닙니다.

꺾이고 부러진 후에 그냥 바로 죽어버린 나무에는 절대로 옹이가 없습니다.

부러졌어도, 뿌리가 뽑히듯 기우뚱하니 비바람에 기울었어도 살아 있는 나무여야만 옹이를 만들어 냅니다.

곁을 지나가던 짐승 때문에 부러지거나 어느 날 불어 닥친 폭풍같은 비바람에 꺾어진 채, 그나마 간신히 죽지 않고 살아남은 나무가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끊임없이 뿜어낸 송진이 눈물처럼 젖어들고 나이테 속속들이 엉겨 붙어서 돌보다도 더 단단한 옹이가 됩니다.

나무의 향기 짙으면서도 속살에는 아름다운 무늬의 나이테가 선명하고 또 몇 백년을 썩지도 않으면서 벌레나 곰팡이도 피지 못 하는 옹이.

행여 다른 곳은 또 부러질지 몰라도 옹이는 다시는 부러지지 않는 곳이 됩니다.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요?

어느 날 갑자기 폭풍처럼 불어 닥친 여러 가지 실패 때문에 인생의 절반이 부러져 나가고 짐승처럼 달려드는 탐욕의 손길에 상처가 낭자한 인생.

인생의 밑바닥 뿌리까지 뽑히는 고통으로 절규하는 소나무처럼 고단한 인생...

그런 인생을 위해 드릴 말씀이 있다면 [그래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아픔과 상처를 보듬고 싸매어서 내 인생의 가장 향기로운 옹이가 되도록 작업해야 합니다.

물론 살아 있더라도 상처를 방치하고 포기한 채 놔둔다면 고름이 가득 고이고 썩어 가는 악취를 풍기는 환부가 되고 맙니다.

진주조개도 그렇다고 하지 않습니까?

모든 조개가 진주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상처가 되는, 나를 괴롭히는 작은 돌이나 이물질, 남들이 불행이라고 말하는 그 이물질이 고난과 실패와 고통의 불행처럼 내 살 속에 박혀야 그 때부터 진주 만들기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삶의 거친 골목을 돌아갈 때 마다 내 생명의 진액을 송진처럼 쏟아내야 합니다.

그러면 나이테가 선명하고 향기 짙은, 인생의 경륜과 연륜이 가득 베어서 오랜 세월을 고고하게 만인에게 향기를 나누어 줄 수 있는 옹이를 가지게 될 겁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살아다노라면, 인생 중에 옹이를 하나 가지게 된다면 사람들은 당신에게는 아름다운 나이테가 참 곱기도 하다고 할 것입니다.

부디 성령의 은사를 힘입어서 예수의 향기가 가득한, 향기 짙은 옹이처럼 성령의 열매로 매듭 되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